좋은시

[스크랩] [김성배] 간고등어

문근영 2011. 12. 25. 17:29

간고등어

 

김성배

 

 

  지역특산물을 먹어보자던 아내의 입맛에 부부夫婦처럼 포개진 두 마리를 얼른 냉장고에서 꺼내 신혼의 바다를 풀었다 하얀 천일염에 사랑을 절인 간잽이의 손놀림이 기름 없이 바삭바삭 구워진다는 혼수품 후라이팬을 뒤집었다 폈다를 파도처럼 숨결을 놓은 등 푸른 꿀맛이 허기를 달랬다 젓가락에 걸친 살결이 돋아나고 바닷물결이 베인 등뼈를 어루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주한 알몸의 가시에 출렁이는 밥상이 아내의 손맛으로 가득하다 입덧 시작하는 저녁, 붉은 해넘이는 사랑을 굽는다 바닷길에 등대를 풀어 달빛을 껴안고 있는 夫婦처럼.

 


―『시평』(2009. 가을)


▶김성배=1964년 충남 조치원 출생. 2009년 '시평' 여름호 신인상 등단. 저서 '문학을 찾아서 시비를 찾아서'.

시인의 저녁 메뉴는 간 고등어 구이입니다. 신혼 혼수품으로 해 온 프라이팬은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잘 뒤집어진답니다. 사랑으로 데운 프라이팬이라 그렇습니다. 하얀 천일염으로 절인, 사랑으로 구운 간 고등어 살점은 입에서 살살 녹겠지요. 저녁 식탁 곁으로 풀어놓은 신혼의 바다가 왈츠를 출 것입니다. 노릇노릇 잘 익은 살점을 발라먹으며 신혼시절 등 푸른 꿀맛이 혀끝에 착착 감기겠지요. 아내의 손맛으로 그득한 밥상이 입덧 시작하는 신혼시절 저녁을 지나 붉은 해넘이까지 세상바닷길을 비추는 등대! 세상 흉허물도 다 껴안을 수 있는 부부가 먹고 있는 간 고등어! 불티나게 팔리겠습니다. 전다형·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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