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구
김병호
노인을 붙잡아놓고 길자는 국수를 맙니다
노독이 뿔처럼 여문 저녁 기슭에 눈이 내립니다
국수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노인은 고개 한 번 들지 않습니다
노인이 슬그머니 놓고 간 껌을 불어 길자는 저녁을 팽팽히 늘립니다
그리움도 없이 살면서 자꾸 창밖만 내다보는 병은 겨울에 가깝습니다
한 자리에 고이는 일 없이 흐르는 가문 울음처럼 눈이 내립니다
겨울이 지나면 국수집 길자네도 없습니다
-『시인수첩』(2011, 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임영조]그 섬에 가면 (0) | 2011.12.25 |
---|---|
[스크랩] [박성우] 풀 잡기 (0) | 2011.12.25 |
[스크랩] [김성배] 간고등어 (0) | 2011.12.25 |
[스크랩] [이영춘] 봉평 장날 (0) | 2011.12.24 |
[스크랩] [신현정] 일체감 (0) | 2011.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