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복효근] 타이어의 못을 뽑고

문근영 2011. 12. 24. 16:32

 

 

  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그것은 너나 나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문학 • 선』(2011년, 겨울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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