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채명석] 저승꽃

문근영 2011. 12. 23. 10:36

 

저승꽃

 

채명석

 

 

단지뚜껑을 열고 보니

고추장 위에 백태가 가득하다

옆에 있던 어머니,

그게 꽃이란다

잘 익어 생긴 맛난 꽃이라고 하신다

몸 삭혀 꽃을 피운

발효의 시간

나는 누룩곰팡이였다

그 눅눅한 세월

아이들 들쳐업고 쭈그리고 앉아 김매던 며느리

가난한 삶의 풍경에 층층 겹겹

주름진 얼굴

골 깊은 세월에 꽃으로 핀

이제야 꽃 속에도 울음이 있음을 안다

한세상 건너는

저승꽃

맛난 흙냄새를 맡는다

 

 

 

―『다층』(2011.  가을)

―『부울경 문학작품선집』(log on books,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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