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꽃
채명석
단지뚜껑을 열고 보니
고추장 위에 백태가 가득하다
옆에 있던 어머니,
그게 꽃이란다
잘 익어 생긴 맛난 꽃이라고 하신다
몸 삭혀 꽃을 피운
발효의 시간
나는 누룩곰팡이였다
그 눅눅한 세월
아이들 들쳐업고 쭈그리고 앉아 김매던 며느리
가난한 삶의 풍경에 층층 겹겹
주름진 얼굴
골 깊은 세월에 꽃으로 핀
이제야 꽃 속에도 울음이 있음을 안다
한세상 건너는
저승꽃
맛난 흙냄새를 맡는다
―『다층』(2011. 가을)
―『부울경 문학작품선집』(log on books,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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