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발까지
조말선
당신이라는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손에서 발까지 걸어갔어요
이런, 내 손과 내 발인 줄 몰랐는데 말이죠
당신 손은 언제나 내 손만한 심장을 꽉 쥐고 있군요
내 발이 계속 더듬는 이유죠
내 손보다 더 큰 접시가 놓인 밥상 위에서
우리는 접시보다 못한 곳이 되어 버리죠
내 입에서 튕겨 나온 사랑의 밀어가
당신의 방패에 멋지게 꽂힙니다
접시가 흘러넘칩니다
우리가 자꾸 비만이 되는 이유죠
당신이라는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배에서 등까지 걸어갔어요
삽시간에 와락 안을 수도 있지만
그 다음엔 무얼하죠?
걸어가기에는 당신은 꽤 비좁군요
당신이라는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막 내 오른손에 도착한 곳이 당신인가요
당신에게서 당신까지
매일 한 시간 십 분씩만 걸어갈게요
당신이라는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당신은 이미 건강할 거에요
『시와 표현』(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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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 / 1965년 경남 김해 출생. 동아대 불문과 졸업.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매우 가벼운 담론』『둥근 발작』.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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