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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기웅]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문근영 2011. 12. 22. 19:15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전기웅

 

 

공연히 짚불에 쑤셔 넣은 편지뭉치처럼

평생 묻어온 사람을 뽑아 던져버리고서는

홀로 남겨진 내 낡은 몸뚱이가 하도 허전하여

누군가 내 잡은 손을 놓아버려서

바닷가를 날려가는 비닐우산처럼

그렇게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가슴은 묻어둔 채 두 다리만 홀로 걸어와

내 어린아이였을 적 울음소리로

베게에 얼굴을 묻고 꺽꺽거리다가

누군가 내 머리를 얼싸안고 껴안아 줄지도 모른다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제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 서 있던 것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작가와 사회』(2010.  가을)

 ―『부울경 문학작품선집』(log on books,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飛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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