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전기웅
공연히 짚불에 쑤셔 넣은 편지뭉치처럼
평생 묻어온 사람을 뽑아 던져버리고서는
홀로 남겨진 내 낡은 몸뚱이가 하도 허전하여
누군가 내 잡은 손을 놓아버려서
바닷가를 날려가는 비닐우산처럼
그렇게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가슴은 묻어둔 채 두 다리만 홀로 걸어와
내 어린아이였을 적 울음소리로
베게에 얼굴을 묻고 꺽꺽거리다가
누군가 내 머리를 얼싸안고 껴안아 줄지도 모른다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제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 서 있던 것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작가와 사회』(2010. 가을)
―『부울경 문학작품선집』(log on books,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飛梅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오인태] 이음동의어 (0) | 2011.12.23 |
---|---|
[스크랩] [조말선] 손에서 발까지 (0) | 2011.12.22 |
[스크랩] [송 진] 봄, 말버짐 (0) | 2011.12.22 |
[스크랩] [이홍섭] 주인 / 멀미 (0) | 2011.12.22 |
[스크랩] [조병화] 난 (0) | 2011.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