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정화] 난蘭 외 1편

문근영 2011. 12. 22. 19:06

난蘭

 

이정화

 

 

진검이 오가는

사투死鬪

 

혹은

찰나에 스치는

죽음보다 진한 향

 

바람결을 가르다

피 한 방울 없이

 

 

 

 

이정화

 

 

옷자락 스치기만 해도 정情이 뿌리내리는 여자

보리누름 잠깐 낮졸음에도 황토 묻은 속곳 자락 삐주름히

아무거나 붙드는 허기, 뻐꾸기 밑 빠진 목청 깊이

동풍東風 불어오면

낮달이나 그믐밤이나 치렁히

감아 버리는

산비탈 둔덕바지 아무 데나 호미 던지고

치마 걷어 콸콸콸 오줌통을 비우는 여자

무성한 제 사랑의 방식으로

세상을

초록 피멍이 들도록 깔아뭉개는 여자

햇살 아래 정초淨草들의 푸닥거리

못 미더워

마음자락 잇대어 겹겹 휘갑치다

땅속 어둠에 툭툭한 내 새끼를 낳는

 

 

 

-시집『목조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나비』(시학, 2011)

 

 

*이정화 시인

-1952 경남 통영 출생

-1974 진주여고를 거쳐 숙몀여대 국문과 졸업

-1991 『시와시학』신인상 등단

-1993 시집『포도주를 뜨며』를 냄

-현재 대구 거주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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