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털어 먹은 바람이
김진완
지난 어느 한 해 바람이 쎄게쎄게 불었는데요
-올개는 참지름 몬 보낸다 바람이 참깨를 싹다 훌터 묵꼬 가삐맀따
어머니와 함께 전화기에 귀를 대고 들었던 그 말씀,
인심 푸진 외할머니가 바람까지 챙겨 먹였단 소리로 들렸는데요
외할매 묻힌 참깨밭에 들러
술 한 잔 뿌리고 담뱃불 붙이자
참깨 훑어 먹었던 그 바람이 다가오던데요
저랑 나랑은 조금 서먹서먹한 사이잖아요?내 담배 가로채 뺏어 피우며 무덤가 휘휘 돌던데요
그냥 간 건 아니고요
외할머니 손끝에서 늘상 나던 참깨 냄새
훅-
풀어놓던데요
저도 염치는 있다고요
제삿날마다 참깨 쏟아 붇고
흠향-
절 올린다고요
오늘 그날이라 아주 멀리서 왔다고요
담배가 달다고요
나 죽으면 꼬숨한 참깨 담배 맛 보여주겠다고요
- 시집 『모른다』(실천문학사,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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