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蘭
이정화
진검이 오가는
사투死鬪
혹은
찰나에 스치는
죽음보다 진한 향
바람결을 가르다
피 한 방울 없이
칡
이정화
옷자락 스치기만 해도 정情이 뿌리내리는 여자
보리누름 잠깐 낮졸음에도 황토 묻은 속곳 자락 삐주름히
아무거나 붙드는 허기, 뻐꾸기 밑 빠진 목청 깊이
동풍東風 불어오면
낮달이나 그믐밤이나 치렁히
감아 버리는
산비탈 둔덕바지 아무 데나 호미 던지고
치마 걷어 콸콸콸 오줌통을 비우는 여자
무성한 제 사랑의 방식으로
세상을
초록 피멍이 들도록 깔아뭉개는 여자
햇살 아래 정초淨草들의 푸닥거리
못 미더워
마음자락 잇대어 겹겹 휘갑치다
땅속 어둠에 툭툭한 내 새끼를 낳는
-시집『목조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나비』(시학, 2011)
*이정화 시인
-1952 경남 통영 출생
-1974 진주여고를 거쳐 숙몀여대 국문과 졸업
-1991 『시와시학』신인상 등단
-1993 시집『포도주를 뜨며』를 냄
-현재 대구 거주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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