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드리러
백무산
시골 장거리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일용할 양식들이 흙 묻은 발을 막 털고 나온 곳
목숨의 세세한 물목들이 간신히 열거된 곳
졸음의 무게가 더 많이 담겨진 무더기들
더 잘게 나눌 수 없는 말년의 눈금들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목숨의 원소들
부스러기 땅에서 간신히 건져 올린 노동들
변두리 불구를 추려온 퇴출된 노동들
내장 다 엎질러져 있고 비늘이 벗겨지고
벌건 핏물에 담긴 머리통들이 뒹구는 곳
궤짝 높이의 제단 위에 염장을 뒤집어쓰고 누운 곳에
졸음의 시간들이 흥정되는 곳
최소 단위 혹은 마이너스 눈금이 저울질 되는 곳
저승길 길목에 노잣돈이 에누리되는 장터
마지막 요긴한 동작들 추려서 아이들 입에
한 술이라도 더 넣어 주고 가고 싶은 애간장이 흥정되는 곳
세상에서 가장 선한 예배당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문장웹진』(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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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1집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인간의 시간』『길은 광야의 것이다』『초심』『길 밖의 길』『거대한 일상』.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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