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농사법
김진수
아파트 베란다
스치로폴박스에 밑거름 듬뿍
고추 몇 모를 심어 보았다
무럭무럭 풍성하게 잘도 자라서
앙증맞고 예쁜 꽃도 총총히 피웠지만
글쎄, 그게 다였다
세공 바칠 땅에서 꽃질만 하는 놈은
야단을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회초리를 들어야 열매가 잘 연다며
들르실 때마다 가지를 툭툭 치시고
꽃송이는 살살 비벼주신다
치고 다독이신 어머님 텃밭에
탐스런 고추가 주렁주렁 익어간다
종아리가 화끈거린다.
▶김진수=1959년 전남 여수 출생. 2007 '불교문예' 시 등단. 2011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1 '현대시학' 시조 신인상.
▶시작노트=따뜻한 햇살과 기름진 흙 그리고 물만 듬뿍주면 고추는 알아서 주렁주렁 열릴 줄 알았는데 바람 한 점 허락치 않는 소통의 부재, 지혜없는 온실에서는 결실없이 웃자란 농사만 무성했다
-[국제신문] 국제시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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