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길상호] 무당벌레

문근영 2011. 12. 8. 10:47

 

무당벌레

 

길상호

 

 

손바닥에 올려놓은 무당벌레
차근차근 손금을 읽다가
사람의 운명이란 게 따분했는지
날아가버리고 만다
등껍질의 점처럼 선명한
점괘 하나 기다리던 내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어가는 바람처럼 무심히
무당이란 이름도 버린
벌레,
나는 언제쯤 나에게서 훨훨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시집 『 눈의 심장을 받았네』(실천문학사, 2010)


▶길상호=1973년 충남 논산 출생.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등. 현대시동인상, 천상병시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등 수상.


**칠성무당벌레의 등껍질에는 칠성점이 새겨져 있다. 그 칠성점은 나의 운명이라도 읽어 줄 것처럼 신비로워 보인다. 나의 운명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의 이 답답한 오늘을 벗어날 점괘를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저 무당벌레의 눈에도 "사람의 운명이란 게 따분했는지/ 날아가버리고 만다" 훨훨. /성선경·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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