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송창우] 자라를 기다리며

문근영 2011. 12. 6. 14:26

자라를 기다리며

 

송창우

 

 

  비 갠 여름 아침 깨어진 굴뚝 틈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 속에서 자라 한 마리가 납작 기어나왔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이장선거에 나가 이장이 되고 나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대기로 찌르고 발로 툭툭 찬 죄로 형은 오후 내내 쇠꼴을 두 지게나 베는 벌을 섰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도망간 누나를 기다리듯 비 갠 아침마다 굴뚝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라를 기다렸습니다 날마다 연기는 피어올랐지만 아직도 자라는 오지 않았습니다



―시집『꽃 피는 게』(전망, 2010)


▶송창우=1968년 부산 가덕도 출생.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했으며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사범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했다. 시집 '꽃 피는 게' 가 있으며 현재 인터넷을 통한 문학활동인 '합포만의 아침' 작가로 활동 중이다.

**신화(神話)의 원형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다시금 반복된다. 자라 한 마리가 온 비 갠 여름 아침 "아버지는 이장선거에 나가 이장이 되고 나는 반장이 되었"다. 나는 그날의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나는 "도망간 누나를 기다리듯 비 갠 아침마다 굴뚝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라를 기다"린다. 자라야 다시 한 번 와다오.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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