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복효근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 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 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어찌 사랑이라 하겠는가
태풍이 훑고 가도
해일이 넘쳐나도 섬은 꿈쩍도 않으니
섬을 생각하자면
내 모든 꼴림의 뿌리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래, 명사 '섬'의 동사형은
'사랑하다'가 아니겠는가
―시집『마늘촛불』 (심지, 2009)
▶복효근=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시학'으로 활동 시작.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등.
모든 사랑은 그대를 향한 '섬' 이다. 참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이미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뿌리는 그 끝 모를 해저에 두고 있는 것이네요. 그럼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 없겠네요. 오 저 뿌리 깊은 사랑이여!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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