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도 첫눈
이세기
소야도 선착장 낡은 함석집 한 채
바다오리 떼 살얼음 바다에
물질을 하는데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이윽고 밤 되어 눈이 내리고
바닷가에 눈이 내리고
쪽마루 방자문 위에 걸린 가족사진에도
눈이 내리는데
갯 떠난 자식 생각하는가
바다오리 떼 살얼음 바다에
물질을 하는데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이윽고 밤 되어 눈이 내리고
바닷가에 눈이 내리고
쪽마루 방자문 위에 걸린 가족사진에도
눈이 내리는데
갯 떠난 자식 생각하는가
갯바람에 얼굴 긁힌 노부부
밤 깊어가는데
굴봉 쪼는 소리
밤바다에 성근 눈발이 내리고
굴봉 쪼는 소리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밤바다에 눈은 내리고
밤 깊어가는데
굴봉 쪼는 소리
밤바다에 성근 눈발이 내리고
굴봉 쪼는 소리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밤바다에 눈은 내리고
― 함민복 지음 『절하고 싶다』(사문난적, 2011)
**소야도는 덕적면에 딸린 섬이라는데, 소야도는 소정방 군대가 머문 섬이라는데, 소야도에 첫눈은 내리고,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들리고, 아, 노부부가 깊은 밤 굴 쪼는 소리라. 조새 머리 관통한 쇠꼬챙이로 굴을 찍어 껍질을 젖히고 손잡이 뒤에 달린 뾰족한 갈고리로 굴 훑는 소리. 첫눈 내리는 섬 적요하여 그 소리 온 섬 다 덮겠네. 섬은 커다란 굴이 되고 굴봉 까는 소리가 조새 되어 긴긴 겨울 밤 섬은 비릿 향기로운 굴 향 가득 차겠네.
굴봉 까는 소리 대신 포탄 소리 여음 자욱하여, 서러운, 우리 시대의 겨울 연평도는 어찌할거나. 만나는 사람들 눈빛마다 배어 있는 화약 냄새는 또 어찌할거나.
-[한국일보]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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