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배우며 / 문근영
담벼락을 버팀목 삼아
안장에 올라앉아 엉덩이를 갸우뚱거리지만
발이 페달에 닿지 않아 헛발질만 한다
고개 숙인 핸들을 좌우로 비틀자
삐걱삐걱 울음을 뱉어낸다
똑바로 서기 위해 아등바등 애써보지만
몸과 마음이 엇박자로 놀아 방향을 잡지 못하고
달리다가 절망 쪽으로 몸이 쏠려 무릎이 깨졌다
아파할 새도 없이 손잡이를 잡고 내딛는
무작정의 질주가 시퍼렇던 멍울을 지우고 있다
힘껏, 페달을 밟을 때마다
덕지덕지 얼룩진 상처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바퀴들이 참았던 속력을 내자
강물 위를 흐르듯 은빛 물살이 출렁이고
너에게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가
바퀴 자국을 그리며 되살아난다
온몸에 착착 감기는 맨발의 체인 소리
힘주어 바퀴살을 돌리며 골목길을 밀고 간다
훤한 햇살을 받아 팽팽해진 골목길
비로소 화안하게 부풀어오르는 연분홍 그리움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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