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스크랩] 쉰을 가다 / 문근영

문근영 2011. 7. 30. 17:32

 

쉰을 가다 / 문근영

 

 

잠시

사이

눈가에 내려앉은 주름 몇 가닥, 

한쪽으로 기울어져 오십견 걸린 어깨,

굴곡의 깊이 헤아려보면 눈물 시린 세월,

살아온 날만큼 고단하다

 

침침하여 보이지 않는 길

더듬다 보니

반으로 접힌 생의 허리 어긋나

삐걱거리는 뼈마디 욱신욱신 쑤신다

 

세상 먼 바깥쪽을 캄캄하게 떠돌다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선 나이

 

쭉정이 세월  여물기도 전에

벼락 치듯 지인들

하나, 둘 유명을 달리하는데

 

처음이자 끝인 양 

앞만 보고 가야 할 때

막힌 길 뚫고 잘린 길 이어

다시 걸어가야 할 때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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