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 문근영
매섭고 모질게 불어대던 꽃샘바람이
끈질기게 훼방 놓으며 심술부리다가
찢어진 눈 실룩거리며 집 나가던 날
숲 속 마을엔
그늘을 찾아 몸을 의탁하던 잔설과
발밑에서 머뭇거리던 낙엽이
새침데기 황사 바람을 불러내
구석구석 기웃거리며 술래잡기가 한창이다
술래의 눈동자를 피해
짧은 햇살이 걸터앉았던 나뭇가지마다
조마조마 가슴 졸이던 봄이
꽃눈의 웅크린 잠속에서 깨어나
빠끔히 얼굴 내밀고
아지랑이 뽀얀 솜털 사이로
발가락 꼼지락 밀어 올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환갑 두어 번 지난 벚나무 할아버지도
덩달아 하얀 웃음 펑펑 터트리는데
할아버지의 함지박만 한 웃음보따리 속에선
수천만 마리의 나비떼 눈부시게 날아오르고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메모 :
'나의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팽이 / 문근영 (0) | 2011.06.03 |
---|---|
[스크랩] 골무 / 문근영 (0) | 2011.05.28 |
[스크랩] 물 수제비, 날다 / 문근영 (0) | 2011.05.01 |
[스크랩] 저울 / 문근영 (0) | 2011.04.13 |
[스크랩] 상처의 풍경 / 문근영 (0) | 2011.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