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풍경 / 문근영
실핏줄 엉킨 골목
사이사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지붕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둘러앉아
스며드는 불빛에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헐거운 창문과 욕망이 배인 담벼락은 금이 가고
금간쪽으로 포클레인이
입 쫙 벌리고 할퀴고 간 자리엔
떨어져 나간 난간과 건물의 뼈가
휘어진 채 앙상하게 남아 있다
재개발의 멀쩡한 허우대에 쫓겨
술상이 아버지를 뒤엎고
깨진 생활의 파편이 어지럽게 나 뒹굴고 있다
뿔뿔이 흩어졌던 아이들이
해체된 집들과 복잡하게 뒤엉킨 길에서
풀풀 일어서는 먼지를 마시며 지저분한 기억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사방이 내 것이 아닌 자리
결국
구름과 손잡고 싶어 높이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 그 아래
따끔따끔 바늘 눈총과 비난이 주춧돌 대신
기초공사를 떠받치고 있다
포클레인이 관절을 풀며
빼앗긴 봄을 들어 올리고 있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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