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스크랩] 안개 속에서 / 문근영

문근영 2011. 3. 16. 17:24

안개 속에서 / 문근영

 

 

입김이었다

코끝을 간질이는 싸한 향기 때문에

콜록콜록 기침은 심해지고

목 쉰 바람은 시간의 바퀴를 헛돌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하늘은 온통 먹통이고

뭔가 비밀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감춰진 곳에서

나는 잠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다

그림으로 버티고 서 있던 풍경들도

하나, 둘 숨어버리고

푸름과 뿌리를 갉아먹은 자리에 돋은 상처로

시름시름 앓아누운 숲을 본다

앓는 소리에

성난 아우성이 지구 저편에서 사막바람을 일으키며

무섭게 회오리치고 있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핥아주면

아픈 기억이 빠져나간 도시는

물기 젖은 이마를 드러내고 무진장 쏟아지는

햇살을 가슴속에 심는다

욕설 게워내던 공장의 굴뚝 위로 담쟁이넝쿨이

기어오르면

잔뜩 찌푸렸던 지구의 얼굴도 덩달아 화색이 돈다

입가의 환한 미소가 참 따뜻하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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