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 문근영
독처럼 치명적 그리움이
푸르게 돋는 시간
울창한 해초림 사이를 헤매며
어둠을 밀어내고 밤을 지새웠을
어린 복어 한 마리를 생각한다
유년을 꼬투리 잡고
제 몸 안에 독을 숨긴 채
심연을 떠돌 수밖에 없는
슬픈 배회
마치 터질 것 같이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까닭은
아픔보다 더 깊은 사랑을 위한
전주곡처럼
입안과 혀를 마비시키는
짜릿하고 상쾌한 맛 때문이었을까
중독된 사랑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시린 가슴의 상처로 남아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낮게 낮게 밀물져
필경 일생을 버티게 하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리니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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