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스크랩] 복어 / 문근영

문근영 2011. 3. 5. 20:16

 

복어 / 문근영

 

 

독처럼 치명적 그리움이

푸르게 돋는 시간

울창한 해초림 사이를 헤매며

어둠을 밀어내고 밤을 지새웠을

어린 복어 한 마리를 생각한다

유년을 꼬투리 잡고

제 몸 안에 독을 숨긴 채

심연을 떠돌 수밖에 없는

슬픈 배회

마치 터질 것 같이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까닭은

아픔보다 더 깊은 사랑을 위한

전주곡처럼

입안과 혀를 마비시키는

짜릿하고 상쾌한 맛 때문이었을까

중독된 사랑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시린 가슴의 상처로 남아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낮게 낮게 밀물져

필경 일생을 버티게 하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리니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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