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 문근영
함량 미달인 나를 저울 위에 올려본다
천근만근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흔들리는 눈금들
중심점을 잃은 치우침이 한쪽으로 무겁게 기우는데
발의 지문이 남긴 욕망의 몸무게는
무거운 일상의 바퀴살에 끼여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내 안의 부끄러운 마음의 무게는
텅 빈 가슴속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두근반 세근반, 녹록지 않은 생에서 길어올린 삶의 무게는
이따금 부는 느슨한 바람에도 흔들리기 일쑤였다
바람의 치유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 위해
저울의 눈금을 0점에 맞추어본다
성숙과 비움을 통한 균형과 조화
내 삶의 평안을 위해 환하고 평평한 접시 안으로
사뿐히 내딛는 발자국이 중심을 잡는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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