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무 / 문근영
장롱 한켠 손때로 윤나는 반짇고리에서
또르르 굴러떨어진
잿빛으로 퇴색한 골무 하나
눈 마주친다
바래진 자국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 실 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뻣뻣한 세상
무수히 찔렀을 저 바늘 끝, 뒤로한 채
생이 저물도록
삐져나오는 자식들
세상 모서리 안으로 밀어 넣으며
꿈을 기우셨을 어머니
이불깃 다독이며 만난다
세월이 배인 골무 속으로
나의 검지 밀어 넣으면
오방색 이불보다 고운 어머니의 미소
손끝이 저리도록
긴 바늘 끝에서 떠나지 않는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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