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스크랩] 골무 / 문근영

문근영 2011. 5. 28. 13:15

골무 / 문근영

 

 

장롱 한켠 손때로 윤나는 반짇고리에서

또르르 굴러떨어진

잿빛으로 퇴색한 골무 하나

눈 마주친다

 

바래진 자국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 실 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뻣뻣한 세상

무수히 찔렀을 저 바늘 끝, 뒤로한 채

생이 저물도록

삐져나오는 자식들

세상 모서리 안으로 밀어 넣으며

꿈을 기우셨을 어머니

이불깃 다독이며 만난다

 

세월이 배인 골무 속으로

나의 검지 밀어 넣으면

오방색 이불보다 고운 어머니의 미소

손끝이 저리도록

긴 바늘 끝에서 떠나지 않는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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