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하피첩 (霞 帔帖)의 전말 / 박석무

문근영 2011. 3.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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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첩(霞帔帖)


기록에만 남아 있고 실물로는 구경할 수 없는 다산의 친필인 ‘하피첩’이 최근에 발견되었다고 도하 신문에 떠들썩합니다. 진품여부야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만약 진품이라면 그 내용의 일부라도 밝혀졌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지금부터 딱 20년 전인 1986년 1월 31일 서울신문의 칼럼에 「다산의 부부애」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썼던 글이 있습니다. 기록으로 전하는 하피첩을 세상에 널리 소개한 글이지만 그때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세상이 많이 좋아진 탓인지 요즘은 떠들썩하게 요란하니 그것도 다행한 일이긴 합니다.

하피첩에 관한 진상을 밝히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산 자신의 기록 자체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 살고 있을 때에 몸져 누워있던 아내가 헌 치마 다섯 폭을 부쳐왔다. 그것은 시집올 때에 가져온 치마로 붉은 색도 이미 바랬고 누른색 또한 옅어져서 서본(書本)으로 쓰기에 알맞았다…”라고 「제하피첩(題霞帖)」이라는 글에서 밝혔는데, 이 글은 1810년 7월에 다산초당의 동암(東菴)에서 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813년 7월 14일 시집가는 딸에게 그려준 「매조도(梅鳥圖)」의 글에는 “내가 강진에서 귀양 살던 몇 년이 지난 뒤에 홍(洪)부인이 헌 치마 여섯 폭을 보내왔다”라고 하여 다섯 폭과 여섯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글에는 4첩을 만들어서는 두 아들에게 주고 그 나머지를 사용해서는 조그만 가리개를 만들어서 딸아이에게 준다고 했으니 네 폭의 하피첩이 전해지는 것이 옳은데, 이번에는 3첩만 발견된 것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피(霞)란 다른 의미가 있지 않고 그냥 붉은 치마라고 여기면 됩니다. 본디는 홍군(紅裙), 즉 붉은 치마라야 옳지만 그것은 기생이라는 다른 뜻도 있기 때문에 붉을하(霞), 즉 노을하를 빌려다가 ‘홍군’대신에 ‘하피’라고 했을 뿐입니다.

시집올 때에 입고 왔던 치마를 귀양 사는 남편에게 보낸 부부의 사랑도 멋지지만, 그 치마를 사용하여 아들과 딸을 사랑한 아버지의 정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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