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이창수] 겨울 물오리

문근영 2011. 1. 6. 11:25

겨울 물오리

 

  이 창 수(1970~ )

 

 

밤 강물 위 어린 별들이 떠 있다. 그림자로 뜬 억새꽃 사이에서 바람이 길게 강

물을 울어주면 물오리들 깃을 펄럭이며 잔별들 위로 날아온다. 시력이 흐려지

는 불빛 멀리 짐차 소리가 적막을 걷어주면 잠에서 깬 물고기들 물의 혈관 따

라 강물 거슬러 오른다. (중략)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도 겨울엔 뼈를 갖는다.

그리움이 그리움을 지우는 물결이 세상의 여울을 거쳐 희고 단단한 물의 뼈대

를 세운다. 지느러미가 되기도 하고 날개가 되기도 하는 물살에 달빛이 부실

때 물오리들 깃털보다 가벼운 물의 뼈에 살을 붙인다.

 

출렁,

쏜살같이 물고기를 낚아챈

물오리 한 마리

은하수까지 날아오른다

 

 

 

 

 

 

 

나는 영하 10도쯤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 별을 보기 위해선 난로

곁을 떠나 바람 부는 벌판에 서있을 줄 알아야 한다. 물고기를 낚아채기 위해 강물에 내

려앉은 물오리와 오들오들 떨며 그 물오리를 바라보는 시인, 그리고 별이 얼어붙은 듯 정

지해 있다가 출렁이는 순간을 보라. 어떤 풍경은 뼈에 스며 빛이 된다.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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