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詩 52 - 새가 되는 길 (부분)
정 진 규
(생략)
나는 십 년이 넘게
도봉산 화계사 절 밑 마을에 살고 있다
새들과 말하고 싶지만
나는 십 년이 넘게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성자 거지 프란체스코가
새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 죽어서, 죽어서 살아!
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살아 죽어서, 죽어서 살아!
뜨락의 작은 나무 하나도 나뭇가지도
한 마리 새를 평안히 앉힐 수 있는
몸으로,
열심히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내 속에 새 한 마리 앉을 자리가 없다. 그러니 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새들이 날아와 앉은
것은 프란체스코를 감싸고 있는 침묵의 모서리였을 것이다.
제 몸을 비우면 만물은 자연히 흘러드는 법. 시인은 그 묘(妙)
를 "살아 죽어서, 죽어서 살아!"로 표현하고 있다. 하늘과 땅
이 길고 오랜 것은 자기를 살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노자의
말도 그 이웃에 있다. - 나희덕(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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