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1
김 수 영(1921~68)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모르고 자기가 가 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 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
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
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 같고
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한 잎의 꽃잎 같고
혁명 같고
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 같고
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 같고
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 같고
벼를 터는 마당에 바람이 아니 불 리 없다. 되풀이되며 꺾이는 시행들 속에서도
바람은 분다. 이 바람은 사소한 것들에 머리를 숙일 줄 알 만큼 겸허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숭배를 멀리할 줄 아는 반성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바람은 자신이 꽃이
되는 순간의 즐거움조차 반성하며 깨어 있으려 한다. 꽃을 지게도 하고 바위를 뭉개
기도 하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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