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살이라면
문정희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율의 순간이 오기 직전
과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고독의 혈관으로
불꽃을 뚫는 장미이기를
숨 쉬는 한 떨기 육신이기를
길을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
길을 잃은 자만이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지금 날고 있기를
자유로운 정신은 아는 길은 가지 않는다. 공들여 쌓은 성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고독의 황무지를 향해 늘 자신을 열어놓는다. 안정과 편안은 그의 피를 권태롭게
할 뿐이다. 시위를 떠날 때 품었던 전율의 꿈은 과녁에 명중되는 데 있는 것이 아
니라 자신을 명중시켜 한 떨기 장미가 되는 빛나는 과정 속에 있다. 그 한순간 한
순간이 그에게는 모두 과녁이다. 그러니 길을 잃은들 어떠랴. 그가 이미 길인 것을.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 시가 있는 아침)
** 윗 시는 시집『다산의 처녀』(민음사, 2010)에 있는 시로 지난 9월에 우가희님이 올려
주셨던 시이지만 손택수 시인의 글과 함께 읽으니 더욱 좋아 다시 한 번 적어 봅니다.
같은 시를 얼마 안 되어 또 올리게 된 점 양해해 주세요.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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