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단풍
서규정
정말로 살다 살다가 보니 별의 별일도 다 많지요
하구언에 쌓인 부유물들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넉넉히 한 마음 한다는 바다가
낙동강이라던가 뭐라던가
옛 이름 되돌려 달라고 철썩철썩 생떼를 씁니다
우리 앞을 흐르던 강물은, 스스로조차 볼거린가
줄거린가 몰라서
단풍잎 몇 잎 끼워 멈칫멈칫 흘러갑니다.
이때 강이라는 말, 참 길지요
당신에게서 등 돌리던 바로 그 순간
나는 이미 지상에서 지워진 격랑 같은 사람입니다만
두고두고 읽을거리 당신에게 미치지 못한 길고 긴 슬픔입니다
―시집『참 잘 익은 무릎』(신생, 2010)
▶시작노트=사람 참 약하다, 물 위에 뜬 단풍잎 하나에 절절 매면서도 역사라는 수레바퀴를 끌고 밀고 가야 한다.
▶약력= 1991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겨울 수선화' 외 3권.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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