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문정희] 내가 화살이라면

문근영 2010. 12. 6. 21:41

내가 화살이라면

 

문정희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율의 순간이 오기 직전

과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고독의 혈관으로

불꽃을 뚫는 장미이기를

숨 쉬는 한 떨기 육신이기를

 

길을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

길을 잃은 자만이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지금 날고 있기를

 

 

 

 

 

 

 

 

자유로운 정신은 아는 길은 가지 않는다. 공들여 쌓은 성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고독의 황무지를 향해 늘 자신을 열어놓는다. 안정과 편안은 그의 피를 권태롭게

할 뿐이다. 시위를 떠날 때 품었던 전율의 꿈은 과녁에 명중되는 데 있는 것이 아

니라 자신을 명중시켜 한 떨기 장미가 되는 빛나는 과정 속에 있다. 그 한순간 한

순간이 그에게는 모두 과녁이다. 그러니 길을 잃은들 어떠랴. 그가 이미 길인 것을.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 시가 있는 아침)

 

 

 

 

 

** 윗 시는  시집『다산의 처녀』(민음사, 2010)에 있는 시로 지난 9월에 우가희님이 올려

    주셨던 시이지만  손택수 시인의 글과 함께 읽으니  더욱 좋아 다시 한 번 적어 봅니다.

    같은 시를 얼마 안 되어 또 올리게 된 점 양해해 주세요.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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