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것
안 도 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중략)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초등학생 요금으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벼르던 안내양 누나에게
덜미를 잡혔을 때 내 속에서 당당하게 튀어나온 말은 '저 초등학생이에요'가 아니라
'저 중학생인데요'였다. 그때 안내양 누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노려보다
그냥 쿡, 웃고 말았던가, 됐다. 그 누나도 나도 최선을 다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살았으니까.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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