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안도현] 열심히 산다는 것

문근영 2010. 12. 11. 12:17

열심히 산다는 것

 

  안 도 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중략)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초등학생 요금으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벼르던 안내양 누나에게

덜미를 잡혔을 때 내 속에서 당당하게 튀어나온 말은 '저 초등학생이에요'가 아니라

'저 중학생인데요'였다. 그때 안내양 누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노려보다

그냥 쿡, 웃고 말았던가, 됐다. 그 누나도 나도 최선을 다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살았으니까.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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