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김명옥
쉬임없이 조잘대는 정보의 입들을 두려운 듯 바라보다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재빠르게 큰 글자들을 주워 담으며
너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노인정에서 장기를 두며
저녁 반찬거리에 걱정이 되신 아버지
시간이 흐르자 훈수는 자꾸 빗나간다
그 사이 미역은 퉁퉁 불어나 있었고
따뜻한 국 한 그릇이 그리운 식탁 위로
어서 달려가기 위해 바다가 혼신을 다해 끓고 있다
깜빡깜빡 놓칠 때마다
빠져나가지 못한 시간이 없는지 서랍을 뒤지며
그냥 보고싶다라는 말보다 만나자라는 말이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소식을 반송하는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오래도록 잠을 흔들고 있다
▶김명옥=1959년 부산 출생. 1995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인협회회원, 금정문인협회이사, 부산문학상우수상 수상
시작노트
=너무 빨리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대열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매일 안간힘을 쓴다. 지난해부터 혼자가 되신 아버지는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지만 매끼 돌아오는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난제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라니, 포개지는 세월 속에 무디어져가는 감정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붙잡고 싶은데….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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