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서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김사인=1955년 충북 보은 출생.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 쓰기 시작. 시집 '밤에 쓰는 편지' 등.
그렇지요. 그냥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것들이 있지요. 있는 듯 없는 듯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해 지는 당신. 가끔 대책 없이 쓸쓸해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죄다 빈껍데기처럼 텅 비었고, 문 밖을 나섰으나 어디 한 군데 마음 붙일 곳 없는 그런 날.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허전함에 잡혀 혼자 술잔이라도 기울이는 늦가을 저녁이면 어쩌다 어깨에 살포시 떨어져 내리는 낙엽 한 장조차 고맙고 또 고맙지요.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오래된 벗 같기도 하고, 엎드려 숙제하는 호롱불 밑에 바느질감을 들고 앉은 어머니 같기도 한. 고증식·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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