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머나먼
최승자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道家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올시다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지성사, 2010)
▶최승자=1952 충남 연기 출생. 1979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시집 '이 時代의 사랑' '즐거운 日記' 등.
삼천갑자, 삼천 곱하기 육십 년 하면 자그마치 십팔만 년이다. 먼 세계라는 공간은 오래된 시간의 은유이다. 동방삭의 시간은 머나먼 신화세계이다. 그 오래된 세계가 이 세계라는 역설에서,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 내리고 눈 내리니 사람 세상은 춥고 쓸쓸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읽힌다. 쓸쓸한 세상에 종교가 생기고 성인들이 다녀간다. 동방박사의 경배를 받으며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는 이천 년 동안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그림자 뒤에 성냥팔이 소녀가 떨고 서 있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뿌리깊은 쓸쓸함이 아득한 시간을 지나간다. 쓸쓸한 그대, 메리 크리스마스! 최정란·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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