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3. `소일`이라는 말

문근영 2010. 10. 17. 15:59
소일’이란 말


                                                               ▼ 그림: Yumiko Nakazawa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두 글자의 못된 말이 있다. ‘소일(消日)’이 그것이다. 아,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1년 360일, 1일 96각을 이어대기에도 부족할 것이다. 농부는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애쓴다. 만일 해를 달아맬 수만 있다면 반드시 끈으로 묶어 당기려 들 것이다.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관대 날을 없애버리지 못해 근심 걱정을 하며 장기 바둑과 공차기 놀이 등 하지 않는 일이 없단 말인가?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89

天下有二字惡言之不可訓者, 卽消日是也. 嗟乎! 自其有所爲者而言之, 一年三百六十日, 一日九十六刻, 殆乎不足以自繼. 農夫蚤夜孳孳, 如可繫日, 必挽繩矣. 彼何人, 斯乃不能消滅此日, 是憂是悶, 博奕蹴踘, 靡所不謀也.


‘소일(消日)’이란 날을 소비한다는 말이다. 쓸 게 없어 하루해를 써버리는가? ‘그저 소일이나 하고 있다.’는 말처럼 슬픈 말이 없다. 소일이란 단어 앞에서 인생은 문득 고여서 썩는다. 무위도식은 그래도 낫다. 그 썩어나가는 시간에 주색잡기에 골몰하여 인생을 탕진한다. ‘심심해 죽겠다’고 말하지 마라. ‘뭐 좋은 건수 없어!’도 안 된다. 그저 소일이나 하는 것은 다 늙어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할 의욕도 사라지고 없을 때 속으로 울면서 하는 말이다.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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