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삶을 연장하여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세상에 온갖 복락이 있어도 장수 하지 않고는 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말하는 복이란 것에는 대저 두 종류가 있다. 외직에 나가서는 대장군의 깃발을 세우고 인끈을 허리에 두르며 노래 소리와 음악 소리를 벌여 놓고 어여쁜 아가씨를 끼고 논다. 내직으로 들어와서는 높은 수레를 타고 비단 옷을 입고서 대궐 문으로 들어가 묘당에 앉아 사방을 다스릴 계책을 듣는다. 이런 것을 일러 열복(熱福)이라 한다.
깊은 산 속에 살며 거친 옷에 짚신을 신고 맑은 못가에서 발을 씻고 고송에 기대 휘파람을 분다. 집에는 이름난 거문고와 해묵은 경쇠를 놓아두고, 바둑판 하나와 책 한 다락을 갖추어둔다. 마당에는 백학 한 쌍을 기르고, 기이한 꽃과 나무 및 수명을 늘이고 기운을 북돋우는 약초를 심는다. 이따금 산승이나 우객(羽客)과 서로 왕래하며 소요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세월이 가고 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조야(朝野)가 잘 다스려지는 지 어지러운 지에 대해서도 듣지 않는다. 이런 것을 두고 청복(淸福)이라 한다. 사람이 이 두 가지 가운데서 택하는 것은 다만 그 성품에 따른다. 하지만 하늘이 몹시 아껴 잘 주려 들지 않는 것은 바로 청복이다. 그래서 열복을 얻은 사람은 아주 많지만 청복을 얻은 자는 몇 되지 않는다. -〈병조참판 오대익 공의 71세 향수를 축하하는 서[兵曹參判吳公大益七十一壽序]〉 6-72
人之願延生而益壽者, 何以哉. 世之有諸福之樂, 非壽不能享也. 然世之所謂福者, 大抵有二. 出而樹旗旄橫組綬, 陳歌笙挾粉黛. 入則軒車綉裳, 入君門坐廟堂, 以聽四方之謨畫, 是之謂熱福. 居深山之中, 衣薜荔躡草履, 臨淸泉而濯足, 倚古松而舒嘯. 堂上置名琴古磬, 棋一枰書一樓, 堂前養白鶴一雙, 種奇花異木及諸延年益氣之藥. 時與山僧羽客, 相往還消搖爲樂, 不知歲月之去來, 不聞朝野之治亂者, 是之謂淸福. 人之擇於斯二者之中, 唯其性. 若天之所甚惜而斳予之者, 乃淸福是已. 故得熱福者滔滔, 而得淸福者蓋無幾焉.
복도 화끈한 복이 좋다. 맑아도 밋밋한 것은 싫다. 권력을 손에 쥐고, 미희를 옆에 낀 채 호기를 부리며 한 세상 건너가는 것은 이 세상 사내들이 꾸는 꿈이다. 세상 거칠 것이 없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지만 이조차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없고, 꼭 중간에 좌절하거나, 끝이 안 좋다. 세상을 잊고 욕심을 지우며, 마음을 닦아 해맑게 살다가는 꿈은 아무도 꾸지 않는다. 귀거래는 그저 바빠 죽겠다는 비명 속에서만 습관처럼 해대는 잠꼬대다. 세상은 그래서 날로 후끈 달아오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