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할 것
내가 사람들의 토지 문서를 살펴 그 내력을 조사해 보았다. 1백년 사이에 주인이 바뀐 것이 문득 대여섯 번은 되었다. 심한 경우 일고여덟 번에서 아홉 번까지도 있었다. 그 성질이 흘러 움직이고 잘 달아나는 것이 이와 같다. 홀로 어찌 남에게는 금방 바뀌고 내게는 오래 그대로 있기를 바라, 이를 믿어 아무리 두드려도 깨져 없어지지 않을 물건으로 여기겠는가? 창기나 음탕한 여자는 여러 번 남자를 바꾼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만은 어찌 홀로 오래 수절할 것을 바라겠는가? 토지를 믿는 것은 창기의 정절을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부자는 밭두렁이 드넓게 이어지면 반드시 뜻에 차서 기운을 돋워 베게를 높이하고 자손을 보며 말할 것이다. ‘만세의 터전을 내가 너희에게 준다.’ 하지만 진시황 당시에 호해(胡亥)에게 전할 때도 이에 그치지 않았음은 알지 못한다. 이 일이 어찌 믿을만한 것이겠는가? -〈윤종심에게 주는 말[爲尹鍾心贈言]〉 7-300
余觀人土田之券契, 查其來歷. 每百年之內, 易主輒至五六, 其甚者七八九. 其性之流動善走如此. 獨安冀其輕於人而久忠於我, 恃之爲搷撲不破物乎? 娼妓冶游之女, 屢更其夫. 以至於我, 獨安冀其久守我乎? 恃土田, 猶恃妓之貞烈耳. 富者田連阡陌, 必滿志盛氣, 高枕視子孫曰: “萬歲之基, 予以授汝.” 不知始皇當年, 其傳之胡亥, 不止於是. 此事豈足恃耶.
진시황은 자기 이름도 따로 정하지 않고 그저 시황(始皇)이라 했다. 아들은 이세황제(二世皇帝)다. 이렇게 이어 만세까지 이를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아방궁도 짓고, 온갖 호사를 다 했다. 진나라는 고작 몇 십 년도 못 가 2세 때 망했다. 인간의 다짐이란 이런 것이다. 왕년에 부자 아니었던 사람이 없다. 집집마다 금송아지는 다 있었다. 지금은 다 까먹고 추억만 먹고 산다. 땅은 달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땅문서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수시로 주인이 바뀐다. 변치 않을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지, 고작 땅 주인 되는데 인생을 걸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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