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한 톨
저녁 무렵 숲 주변을 산보하고 있었다. 우연히 한 어린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참새처럼 수도 없이 팔짝팔짝 뛰는 것을 보았다. 마치 수많은 송곳으로 창자를 찌르고, 절구공이로 마구 가슴을 짓찧는 것 같았다. 하도 참혹하고 절박해서 얼마 못가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나무 밑에서 밤 한 톨을 주었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빼앗아 갔다는 것이었다. 아아! 천하에 이 아이가 우는 것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 이나 되겠는가? 저 벼슬을 잃고 세력이 꺾인 자나, 재물을 손해 보고 돈을 다 써버린 자, 그리고 자식을 잃고 슬퍼 실성할 지경이 된 사람도 달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밤 한 톨의 종류일 뿐이다.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示二子家誡]〉 8-19
晚間試步林樊, 偶見一嬰兒急聲啼叫, 雀踊無算. 有若衆錐鑽肚, 亂杵擣心. 慘怛迫切, 有頃刻滅死狀. 詢其故, 於樹下拾一栗, 人攘之也. 嗟乎! 天下不爲是嬰兒啼者, 復幾人哉. 彼失官墜勢者, 損財消貨者, 與夫喪其子姓, 而毀至滅性者, 自達觀而臨之, 皆一栗之類也.
그때는 죽고 못 살 줄 알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떵떵거리던 벼슬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밀려나니 전에 굽신대던 자의 눈빛이 대번에 달라진다. 큰 집을 남에게 뺏기고 셋집에 들어앉으니 세상이 온통 나를 비웃는 것 같다. 두고 보자고 이를 갈아도 마음만 아프다. 억장이 무너져도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가눌 길 없던 슬픔도 세월이 지운다. 다 건너와서 보니 그때 내가 왜 그랬나 싶다. 남 원망 할 일이 아니라 내 탓임을 알았다. 그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고작 밤 한 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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