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 그림: Yumiko Nakazawa
열흘 만에 버리는 것은 누에의 고치다. 여섯 달 뒤에 버리는 것은 제비의 둥지다. 일년 후에
버리는 것은 까치의 집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애를 써서 둥지를 엮을 때는 혹 창자를 뽑아 실을 만들고, 침을 뱉어 진흙을 만든다. 또는 부지런히
띠풀을 물어오느라 주둥이가 헐고 꼬리가 모지라져도 피곤한 줄 모른다. 이를 본 사람들은 그 지혜를 천하게 보고 그 삶을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다. 비록 그러나 울긋불긋한 정자와 누각도 잠깐 사이에 먼지로 돌아간다. 우리 인간들이 집을 짓는 계획도 이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중수만일암기(重修挽日菴記)〉 6-106
十日而棄者,
蠶之繭也; 六月而棄者, 鷰之窠也; 一年而棄者, 鵲之巢也. 然方其經營而結構也, 或抽腸爲絲, 或吐涎爲泥, 或拮据荼租, 口瘏尾譙而莫之知疲.
人之見之者, 無不淺其知而哀其生.雖然紅亭翠閣, 彈指灰塵, 吾人室屋之計, 無以異是也.
누에는
고치 속에 단 열흘 머물고 허물을 벗는다. 그 열흘을 위해 제 창자를 토해 실을 뽑았다. 제비는 겨우 여섯 달 살다 강남으로 떠난다. 고작 반년
살자고 진흙을 물어 날라 그 집을 지었다. 일년 쓰고 버리는 까치둥지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미물들의 짧은 소견과 헛된 수고를
비웃는다. 하지만 몇 백 년 갈 줄 알고 지은 화려한 정자와 누각도 잠시 깃들다 간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 내가 애써지었는데 누리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천 년 만 년 갈 줄 알았더니 돌아보자 어느새 폐허가 되었다. 인간의 백년이 길어 보여도 누에의 열흘과 다를 게 없다
/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