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 없는 일
산에서 지내면서 일이 없어 사물의 이치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세상 사람들이 부지런히 애를 쓰며 정신을 쏟고 애를 태우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일일 뿐이다. 누에가 껍질을 깨고 나오면 뽕잎이 먼저 싹튼다. 제비 새끼가 알에서 나오면 날벌레가 들판에 가득하다. 갓난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면 어미의 젖이 분비된다. 하늘은 사물을 낼 때 그 양식도 함께 준다. 어찌 깊이 걱정하고 지나치게 근심하며 허둥지둥 다급하게 오직 잡을 기회를 놓칠까 염려할 것인가? 옷이란 몸을 가리면 되고, 양식은 배를 채우면 그뿐이다. 봄에는 보리타작 때까지 먹을 쌀이 있고, 여름에는 벼 익을 때까지 쓸 양식이 있다. 그만둘 지어다. 올해 내년을 위한 꾀를 세워도 그때까지 살아 있을 줄 어찌 알겠는가? 자식을 어루만지며 손자와 증손을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자손들은 모두 바보란 말인가? -〈또 정수칠에게 주는 말[又爲丁修七贈言]〉 7-298
山居無事, 靜觀物理, 顧世之營營逐逐勞神瘁思者, 皆閒漫爾. 蠶之破殼, 桑葉先吐. 燕子出卵, 飛蟲滿野. 嬰兒落地一聲, 乳汁泌然. 天之生物, 竝賜其糧. 奚爲深憂過慮, 遑遑汲汲, 唯恐拏攫之失機哉. 衣足掩體斯已矣. 食堪塞肚斯已矣. 春而有待麥之米, 夏而有接禾之粒. 已而已而. 今年而爲來年之謀, 安知壽命必延, 撫子而爲孫曾之計, 將謂子孫皆愚乎?
사람들은 자꾸 반대로만 한다. 급히 할 것은 저만치 미뤄두고, 안 급한 일은 허둥지둥 바삐 한다. 눈앞의 삶은 밀쳐두고 훗날의 계획만 세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흘려보낸다. 자손을 위해 제 삶을 망친다. 만족을 모르는 삶에 기쁨은 없다. 미래를 꿈꾸려거든 현재를 경영하라. 내일은 알 수가 없다. 자손은 내가 아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