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이 준 관(1949 ~ )
여름 밤은 아름답구나.
여름 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후략)
마치 장욱진의 그림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별이 가득 떠 있는 밤하늘, 동그마니
무릎을 안고 앉아 있는 아들, 그 옆으로 달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가락에 달을 달아준다. 추억이 회중전등처럼 켜진다. 추억 속에는 젊은
날의 아버지가 어른거린다. 수만 꿈들이 달과 함께 추억의 커튼을 펄럭거리며 흩
어진다. 별들 사이에 들어 있는 한 사람의 역사. 우리 모두 그런 추억의 액자를 가
지고 있다. 추억의 액자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대답 하나. 기다리자, 그 대답을.
하늘가에 뿌리자. 시가 되어. <강은교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시 전문을 찾아 아래에 덧붙입니다.
여름밤
이 준 관
여름 밤은 아름답구나.
여름 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 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 밤이 다 가기 전에(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 시집 『열 손가락에 달을 달고』(문학과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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