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문태준] 꽃 진 자리에

문근영 2010. 8. 4. 11:42

 

꽃 진 자리에

 

  문 태 준(1970~ )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빈 의자를 바라본다. 거기 누군가 앉았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거기 앉아서

한숨 던지던 일이며, 거기 누군가 앉아서 유쾌하게 웃던 일이며, 거기 누군가 앉

아서 하오의 창을 꿈에 잠겨 바라보던 일이며... 의자는 자기의 허벅지 위에 앉을

그 누군가를 기다린다. 거기 꽃필 순결한 잠들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의자는 고독

하다. '월든'을 쓴 자연주의자 소로는 두 개의 의자만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하나

는 나를 위해. 저녁놀이 물드는 창 너머 하늘을 볼 나를 위해, 또 하나는 언제라도

찾아올 손님을 위해. 당신은 오늘 과연 몇 개의 의자를 당신의 방 안에 세워두고

있는가. 당신의 마음자리는 빈 의자가 되고 있는가. 붉은 꽃잎이 진 자리처럼 비었

으나, 가득 찬 빈 의자. 빈 의자에 앉은 시 하나.  <강은교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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