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영서
며칠째 목에 걸려있는 가시
가만있으면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침을 삼킬 때마다 찔러대는 가시
손가락을 넣으면
닿을 듯 말 듯
더 깊이 숨어버리는
잊는다 잊는다 하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견딜 만큼 아픈,
당신
- 시집 『기린 울음 』(삶이보이는창, 2007)
▶고영서=1969년 전남 장성 출생.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와 '시경'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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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는 여인들에게 주려고 뜰에서 손수 가꾼 장미 몇 송이를 꺾다가 그만 가시에 손가락이 찔리고 말았다.
이 상처가 곪아서 한 쪽 팔을 쓸 수 없게 되고 이어서 다른 쪽 팔도 마비되는 불상사를 당한다.
릴케는 결국 장미가시에 의한 파상풍으로 세상을 떴다. 그리고 그의 묘비명에는 '장미, 오, 순수한 모순'이라 새겨졌다.
몸에 가시가 들면 신경이 온통 그곳으로 모여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뺄 수도 간직할 수도 없는 가시는 조그맣지만
자신의 존재를 끝없이 알려 온다. 몸에 박힌 가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처럼 늘 신경을 빼앗아 간다.
작은 가시 하나가 릴케를 무너뜨린 것처럼 사랑은 영혼을 무너뜨릴 수 있는 뺄 수 없는 가시다.
- 강영환·시인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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