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를 굽다2
전다형
저녁 식탁 위에서
마음의 지느러미를 달고
바다로 돌아간 청어 한 마리처럼
어제 띄운 화해의 긴 편지
그대가 사는 번지를 잘 찾아갔는지
어쩌면 나에게
말의 가시가 더 많았는지
가시를 감추어둔 나의 말이
그대 목구멍에 상처를 남겼는지
다시 청어를 구우며
서툴게 발음해 보는 용서와 화해
내 말 속에 가시를 걷어내고
그대 가시 속에 숨은 말을 찾아
싱싱한 소금을 뿌린다
- 곽재구 엮음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이가서, 2004)
▶전다형=1958년 경남 의령 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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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며 혼자 앉은 저녁 식탁은 쓸쓸하다. 긴 편지를 종이배처럼 띄워 보내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안에서 자란 지느러미들이 그동안의 과거를 향하여 천천히 유영한다. '서툴게 발음해 보는 용서와 화해', 가늘고 긴 가시들이 목구멍을 찌른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용서와 이해를 받으며 살까! 나는 나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상대가 내미는 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 한 걸음 떨어져 악수를 하라. 틈이 없는 포옹은 상대를 바라볼 수 없으니…. 각자의 정면, 서로의 반대쪽을 바라볼 뿐이니.
- 안효희·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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