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콩나물
강은교
오늘 아침 내게 달려온 밥알들에게, 금빛 콩나물들에게
언제나 깃발 펄럭이고 있는 귀에게, 귀의 고막에게
나비들 가득 일어서는 목청, 불꽃 춤추는 혀
핏물들 폭포처럼 출렁이는 혈관들에게, 그 밑에 누워서도 편안한 심장에게
향기로운 손금들에게, 뼈들에게
나의 뇌에게
너에게
감사,
감사.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창비, 2006)
▶강은교=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사상계'로 등단, 시집 '붉은 강' '우리가 물이 되어' 외 다수.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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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로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 수많은 밤과 낮을 거쳐 나의 식탁에까지 오게 된 한 그릇의 밥이며 반찬들이여! 고맙다. 그리고 소리를 듣게 해주는 귀의 고막, 맛을 느끼게 해주는 혀, 모든 것에 감사하다보면 그것은 곧바로 오늘이 있게 해준 너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전화기 너머의 너, 한 권 책 속의 너, 시간 속의 너, 자연 속의 너, 모두 고마운 나의 경전들이다. 언젠가 갈라진 시멘트의 양쪽 끝을 붙들고 있는 민들레를 보았다. 가끔은 우리도 그렇게 손 내밀어 보자. 금빛 콩나물, 금빛 민들레를 만날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 안효희·시인 / 국제신문[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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