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사(歸信寺) 한 구석에 잘 빨아 널린 수국(水菊)들,
B컵이거나 C컵이다 오종종한 꽃잎이
제법인 레이스 문양이다 저 많은 가슴들을 벗어놓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묻지 마라
개울에 얼비쳐 흐르는 꽃잎들을
어떻게 다 뜯어냈는지는 헤아리지 마라
믿음은 절로 가고 몸은 서해로 가는 것
땅 끝을 찾아가 데려온 여자처럼 고개를 돌리면
사라지는 것
소금기둥처럼 풀어져 바다에 몸을 섞는
그 여자를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도금한 부처도 그대 눈빛도 다 서향(西向)이지만
그 여자, 저물며 반짝이며 그대를
단 한 번 돌아볼 테지만
**권혁웅(1967~ )
**중앙일보(2007. 3. 6<화> 31면'시(詩)가 있는 아침')게재
**김선우시인말씀:
B컵도 C컵도 좋지만 내 가슴은 A컵. 어떤 것과도 다른 A컵. 그나마 익명의 시선들이 지레 불편해 가슴을 가리던 컵을 버린 지 오래.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 말아요. 레이스 문양 브래지어일랑 벗어놓고 맨가슴 눈부시게 자유로 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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