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서정주] 부처님 오신 날

문근영 2010. 5. 20. 11:25

부처님 오신 날


-서정주



獅子가 업고 있는 房에서

공부하던 少年들은

蓮꽃이 이고 있는 房으로

一學年씩 進級하고,


불쌍한 아이야.

불쌍한 아이야.

세상에서 제일로 불쌍한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도 제일로

남을 불쌍히 여기는 아이가 되고,


돌을 울리는 물아.

물을 울리는 돌아.

너희들도 한결 더 소리를 높이고,


萬 사랑의 沈淸이를 가진

뭇 沈 봉사들도

바람결에 그냥 눈을 떠 보고,


텔레비여.

텔레비여.

兜率天 너머

無雲天 非想非非想天 너머

阿彌陀佛土의 사진들을 비치어 오라, 오늘은…….


三千年前

자는 永遠을 불러 잠을 깨우고,


거기 두루 電話를 架設하고

우리 宇宙에 비로소

작고 큰 온갖 通路를 마련하신

釋迦牟尼 生日날에 앉아 계시나니.



*1968년 5월.

-『미당서정주시전집1』(민음사,1991)


----------------------------------------------------------------------------------------------------------------------------------------

  「부처님 오신 날」이 작품은 미당 서정주 시인이 1968년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쓴 시로 보인다. 나는 이 작품을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 세상에 소개하지 못했다. 토요일이라 신문이 발행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인연이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불국토의 서라벌 보문벌 진평왕릉에 앉아 이 시를 읽고 또 해설을 쓰는 것 또한 부처님과 미당과 나와의 작은 인연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시는 것으로 인해서 “공부하던 소년들은” “獅子가 업고 있는 에서” “蓮꽃이 이고 있는 房으로/一學年씩 進級하고” “세상에서 제일로 불쌍한 아이”는 “세상에서도 제일로/남을 불쌍히 여기는 아이가 되고”로 미당은 적고 있다. 그리고 또 이어진다. 이 세상의 사물인 ‘돌’과 ‘물’도 “한결 더 소리를 높이고” “뭇 沈 봉사들도/바람결에 그냥 눈을 떠 보고”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층 더 맑고 선한 삶이 비롯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위 시에서 미당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시적 전언(傳言)의 핵심은 “자는 永遠을 불러 잠을 깨우고” “兜率天 너머/無雲天 非想非非想天 너머”에서 우리네 삶까지 “두루 電話를 架設하고” “작고 큰 온갖 通路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천수천안의 부처님 지혜로 밝혀놓은 이 ‘통로’는 바로 인연(因緣)과 인과(因果)의 법칙일 게다.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인연의 지엄함과 소중함을 깨닫고 절하고 기도하는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함이다. 절하고 기도하는 삶은 결국 자기 참회를 통한 자기 변화일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생명의 거름을 주는 삶의 실천이 중요함을 깨닫는 하루다.

-이종암(시인)

 

[경북매일신문] 5월 12일(화)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곽현의] 길 위에서 선  (0) 2010.05.25
[이규열] 집, 그늘  (0) 2010.05.22
[손진은] 어느 생애  (0) 2010.05.18
[김춘수] 인동(忍冬)잎  (0) 2010.05.14
[김지헌] 사산하는 저녁  (0) 201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