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낯선 사람 / 오남구

문근영 2009. 5. 11. 11:06

 

                           詩가 있는 풍경

 

 

 

                 

 

 

 

낯선 사람

오남구

 

 

봄이 오는데..... 왠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서 봄을 기다립니다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텅 빈 거울 속에서 앉아있습니다 거울 속은 영 봄이 올 것 같지 않습니다만 낯선 사람이 혼자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봄을 맞으러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곧 스러지고 아무런 의미 없는 해가 어깨에서 집니다 낯선 사내는 하루 종일 거울 속에 갇혀서 꼼짝 못하고 있습니다. 거울 밖은 봄이 오는데

 

 

◆ 시 읽기 ◆

  기후의 흐름을 따라 봄은 온다. 잔설위로 오는 봄, 느낌으로 오는 봄, 긴 겨울잠을 깨고 나오는 생명들 따스한 기후에 들썩들썩 활개를 치는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겐 아득한 봄일 뿐이다.

  봄이 오는데.... 자신에게도 낯선 한 사람이 거울 속에서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다.

  지금 자기를 바라보는 한 사람이 원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낯설어하고 있다. 거울 밖은 봄이 오는데 거울 속에 갇혀서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갑갑하고 안타까운 지금의 현실을 탈피할 수 없기에 무기력한 자신이 낯선 사람으로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거울은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낸 굴레인 아상(我相)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낯선 사람이란 자신이 만들어낸 아집의 굴레 속에 스스로 갇혀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상은 아집을 만든다. 자신이외의 세상을 수용하지 않는 아집이 더 넓은 의미의 인생을 느낄 수 있고, 자연의 이치와 섭리대로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의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원치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그 어떤 것도 찰라 속에 변화한다. 변화하는 순간순간들이 영원으로 흐르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가는 봄, 만물은 끊임없이 소생하며 진화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낸 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저마다의 과거나 미래 속에 붙들려 현재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해 자신에게조차 낯선 사람이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가?

혹여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인간적인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