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바 늘
허영둘
입을 열어
따끔한 말로 일침을 놓을까
말이 산을 이루는데
나까지 말보태어
무엇하리
귀 하나만 열어둔 채
실금 그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테야
나는 본래 무쇠덩어리
꼿꼿한 정신 세우는 데
얼마나 호된 연마였더냐
너희가 부드럽고 따뜻한 혀로
편 가르기 할 때
나는 뾰족하고 차가운 머리로
남루를 쓰다듬을 거야
한 땀 한 땀
균열을 다스릴 거야
◆ 시 읽기 ◆
참 바늘 같은 시다.
살다보면 우리는 수많은 엇갈림과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된다.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다.
정치가 그렇고, 뉴스가 그렇고,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이 그렇고, 그것들을 만들고, 그것들에 의
해 살고 있는 우리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세상가운데에 살면서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인가?
혼란스러운 세상을 겪는 동안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정신, 올곧은 자기 정신을 세우게 될
때까지는 마치 무쇠 덩어리가 꼿꼿한 바늘이 될 때까지 처럼의 호된 연마를 거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인은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말 많은 세상에 나까지 말 보태어 무엇 할까?'
시인은 따스한 사람이다.
‘귀 하나만 열어둔 채 실금 그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테야’
시인은 이지적인 사람이다.
‘너희가 부드럽고 따뜻한 혀로 편 가르기 할 때 나는 뾰족하고 차가운 머리로 남루를 쓰다듬을
거야 한 땀 한 땀 균열을 다스릴 거야 ’
차갑고 뾰족한 바늘이 한 땀 한 땀 남루와 균열을 다스리듯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사는 동안
올곧은 정신으로 나 자신과 우리 모두의 삶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낯선 사람 / 오남구 (0) | 2009.05.11 |
---|---|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한 호흡 / 문태준 (0) | 2009.05.11 |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주천장 가는 날 / 서봉교 (0) | 2009.05.11 |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봄밤/ 이면우 (0) | 2009.05.11 |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거미집 / 원무현 (0) | 2009.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