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시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바 늘 / 허영둘

문근영 2009. 5. 11. 10:50

                           詩가 있는 풍경

 

 

 

 

 

 

 

 

 

바 늘

              허영둘

 

 

 

입을 열어

따끔한 말로 일침을 놓을까

말이 산을 이루는데

나까지 말보태어

무엇하리

 

귀 하나만 열어둔 채

실금 그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테야

 

나는 본래 무쇠덩어리

꼿꼿한 정신 세우는 데

얼마나 호된 연마였더냐

 

너희가 부드럽고 따뜻한 혀로

편 가르기 할 때

나는 뾰족하고 차가운 머리로

남루를 쓰다듬을 거야

 

한 땀 한 땀

균열을 다스릴 거야

 

 

 

시 읽기

 참 바늘 같은 시다.

 살다보면 우리는 수많은 엇갈림과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된다.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다.

정치가 그렇고, 뉴스가 그렇고,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이 그렇고, 그것들을 만들고, 그것들에

해 살고 있는 우리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세상가운데에 살면서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인가?

 혼란스러운 세상을 겪는 동안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정신, 올곧은 자기 정신을 세우게 될

때까지는 마치 무쇠 덩어리가 꼿꼿한 바늘이 될 때까지 처럼의 호된 연마를 거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인은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말 많은 세상에 나까지 말 보태어 무엇 할까?'

 시인은 따스한 사람이다.

 ‘귀 하나만 열어둔 채 실금 그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테야’

 시인은 이지적인 사람이다.

 ‘너희가 부드럽고 따뜻한 혀로 편 가르기 할 때 나는 뾰족하고 차가운 머리로 남루를 쓰다듬을

거야 한 땀 한 땀 균열을 다스릴 거야 ’

  차갑고 뾰족한 바늘이 한 땀 한 땀  남루와 균열을 다스리듯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사는 동안

올곧은 정신으로 나 자신과 우리 모두의 삶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