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봄 밤
이면우
늦은 밤 아이가 현관 자물통을 거듭 확인한다
가져갈 게 없으니 우리 집엔 도둑이 오지 않는다고 말해주자
아이 눈 동그래지며, 엄마가 계시잖아요 한다
그래 그렇구나, 하는 데까지 삼 초쯤 뒤 아이 엄마를 보니
얼굴에 붉은 꽃, 소리 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 시 읽기 ◆
아이와 엄마사이를 그린 짧은 글이지만 읽기에 따라 참 많은 내용이 담긴 글이다. 완전한 핵가족시대이고 맞벌이가 많아진 지금세태의 가정과 사회상 그리고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게 만드는 詩다.
놀이에 지쳐서 잠들었어야 할 늦은 밤, 아이가 현관자물쇠를 거듭 확인하는 것을 단순히 엄마를 소중한 보물로 생각하기 때문으로만 볼 수 있을까?
삼대사대가 한집에 살면서 예의로운 사람됨과 융화를 배우던 때는 이미 먼 옛날이야기다. 경제력이 잘 살기위한 궁극이 되어버렸다. 어른들에게 묻기보다 인터넷 검색창이 더 빠르다. 이웃을 몰라도 불편하지 않고, 사람을 쉬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보다는 나, 가족보다는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점점 개인주의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각종 비리와 정치판의 싸움질, 갖가지 시위와 촛불집회, 연예인자살, 어린이유괴, 유부녀강간살해, 학교급식비리 등등.....감동적인 미담보다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더 많은 뉴스보도 속에서 지금 우리아이들은 일찌감치 잠금을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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